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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버튼인 영화가 두 개 있다. 아니 있었다. 황정민 전도연 주연의 <너는 내운명> 그리고 <은교> .

하지만 어느 순간 <너는 내 운명>을 보며 좀 짜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내 유일한 눈물버튼 영화는 <은교>가 되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당시 나는 중 3이었고, 베드신을 보려고 영화 무료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이 영화를 찾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다가 마지막에는 거의 오열하며 봤던 기억이 있다.
이렇게 나에게 인상깊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에서야 원작을 읽어 보았다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는 원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은교도 그랬다.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 소설을 읽는 경우의 단점은 영화에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의 이미지가 그대로 투영되어 읽힌다는 것이다.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의 경우 이는 장점이 될 수 있다. 김언수 작가의 <뜨거운 피>가 나한테는 그랬다. 하지만 은교는 정말 딱 세 명의 이야기다. 인물에게 깊이있게 집중해야 하는데 계속 박해일, 김무열, 김고은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물론 이들은 정말 흠잡을데 하나 없는 연기를 했다. 특히 김고은이 연기한 은교는 젊음 그 자체였다. 그래도 나는 나만의 은교를 상상하며 읽고 싶었는데 영화를 본 후라 도저히 김고은의 이미지를 지울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이적요 시인도 '진짜 노인'이 아닌 노인을 분장한 박해일을 떠올렸기에 영화가 의도하듯 이적요 시인의 감정이나 행동에 거부감이 덜 들었다. 이는 진짜 노인을 생각하고 읽었어야할 이야기를 그렇지 못하게 읽은 것 같아 역시 아쉽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감상은 다음과 같다. (스포일러가 있으니 읽으실 분은 뒤로)

 

1.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만 나온다. 일평생 글만 써온 노장의 문장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2. 영화보다 더 이적요 시인과 서지우 사이의 서사. 즉 박해일과 김무열 사이의 서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력과 재능, 스승과 제자, 예술에 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3. 노인의 성에 대한 묘사가 꽤 적나라 하다. 영화에서 빼길 잘 한것 같다. 거의 윤여정 주연의 <죽여주는 여자> 보다 살짝 낮은 수위로 성매매를 통한 노인의 성적인 욕망 해소를 다룬다.

4. 개인적으로 결말은 영화가 더 낫다. 은교가 이적요 시인이 죽고 그가 남긴 편지를 읽으며 우는 소설의 결말보다 술로 자살하는 중인 이적요 시인에게 은교가 찾아오는 영화 버전 결말이 더 감정적으로 울림이 있었다.

 

+) 영화에서 가장 좋아했던 대사중에 하나가 <네 젊음이 네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라는 대사인데 이 대사가 소설에서는 영화 속 대사보다 맛이 없게 나온다. 

 

 

별점과 한줄평

4.0 / 5.0

욕망에 살다 욕망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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