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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신년사

29살. 내 생에 마지막 20대로서 한 해를 시작한다.

학업, 취업, 커리어, 인간관계, 꿈. 모든 걸 실패했고 돌이켜 보니 고통만이 가득했다. 게으른 순간도 많았지만 내 딴에는 참 애썻는데 결국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병신이라는 무력감만 남았다.

24년 10월 16일. 자산 가치가 59만원으로 떨어짐에 따라 100만원만 더 추가하면 매매 원금이 1억 5천이 되는 상황에 놓인다. 즉. 누적 손실이 1억 5천 바로 앞이라는 것이다. 더 이상의 투입은 불가능 했다. 내 꿈의 크기는 딱 거기까지였다. 이것도 부모 잘만난덕에 1억 5천까지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학원 다닐 돈 월 30만원이 아까워 꿈을 포기하는 가난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면 나는 정말 원없이 도전해본 사람이다. 그렇게 더 이상의 자금 투입은 막았다. 직장생활 4년차에 진입하는데 돈 한푼을 못모았다. 이제는 다 적금으로 들어갈 것이다. 트레이딩 사업부는 폐쇄다.

24년 국내주식은 28만원 흑자로 2년 연속 흑자. 해외주식은 2천3백을 잃었다. 코인은 하지 않았다.

사업부 폐쇄 이후 59만원으로 마음편히 취미로서 매매를 이어갔다. 돈을 벌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하고 싶은대로 힘 빼고 막 진입해서 막 놀았다. 그러니 이상하게 수익이 다시 꾸준히 나기 시작했다. 물론 시장이 좋았던 것도 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나는 4분기에는 매매를 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 낮은 자존감과 열등감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 시세의 움직임과 매매가 가지고있는 즐거움 그 자체를 즐겼다. 그렇게 연말까지 두달 반 이라는 기간동안 59만원으로 1000만원을 만들었고 올해는 이걸로 천천히 즐길 생각이다. 온전히 취미로서 말이다. 내가 15년을 지기만 했던 이유는 자격지심에 프로처럼 하려고 한 게 문제였을것이다.

올해는 게임개발에 힘들더라도 좀 더 노력을 기울일것이다. 아무런 기반도 없이 게임엔진과 툴을 독학으로 배워 맨땅에 헤딩하는것이 쉽지만은 않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며 내가 그토록 매매로 도피했던것은 내가 코딩과 적성이 지독하게 맞지 않았음에 있다. 또한 픽셀아트로 수십장의 그림을 그려 인물들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일 역시 엄청나게 노동집약적인 일이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는게 답도없이 막막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다. 27년 출시를 목표로 천천히. 앞으로 할 매매처럼 천천히 조금씩 나아갈것이다.

2년 넘게 계속 고쳐쓰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장편소설이 하나 있다. 이것 역시 공모전이 있을 때마다 조금씩 고쳐가며 소설가의 꿈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10대의 내가 그랬듯 20대 역시 실패했다. 정말 작은 점 크기의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을 하염없이 걸어온 기분이다. 이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못나고 모난 나는 나보다 힘든 사람들의 삶을 유튜브로 시청하며 불쾌한 자위행위를 한다. 특히 도박중독자들 인터뷰를 많이 시청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추억이 없다는 말이다. 돈 잃고 사람 잃은 것도 그렇지만 가장 아쉬운건 추억이 없다는 것. 이 말을 망가진 사람들이 다들 공통적으로 한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지금의 나 역시 마음 깊히 공감한다.

이제는 신년이라고 기대하고 그런 것 없다. 다만 젊음이 막을 내림에 따라 더 이상 기회가 없음을 알고 패배를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됐으니. 이미 속은 고독사한 시체처럼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썩어 문드러졌으니 지금보다 더 아프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올해는 좀 잘 되자.

2025년. 이젠 자산운용사가 아닌 전국구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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